승전국, 패전국의 구분 없이 한 덩어리가 된 함선 소녀들.
그녀들의 얼굴에는 절망의 표정이 떠올라 있다.
그것도 그렇다. 지금 여기에 있는 함선 소녀들은 잠깐 전에 행해진 『어떤 실험』의 생존자들이니까.
한 번 그것에서 운 좋게, 혹은 운 나쁘게 살아남은 함선 소녀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제2의 절망이었다.
아아, 누군가가 울부짖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냐고.
그 물음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에 우리 전원에게 찾아온 것은 빛이었다.
가까이서 태양이 발생한 것 같은 밝음. 무심코 눈을 감아도 눈시울 너머에서 눈동자를 태우는 그 빛.
그리고 한순간의 무음.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은 착각.
경악과 절망으로 표정이 얼어붙는 함선 소녀들이 빛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리고 다음에 들이닥쳐온 것은 열파.
처음에는 아프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순간 후에는 참기 어려운 뜨거움이 되어 나를 덮쳤다.
불길에 싸이고 있다, 라고 하는 것이 가장 가까울까.
그 다음에는 소리였다.
그것을 『소리』라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내가 느낀 것은 그저 충격뿐이었다.
몸이 힘껏 맞고 날아간 것 같은, 전함의 주포탄의 직격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할 정도의 충격.
산산조각나지 않은 내 몸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의식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몇 초일까, 몇 분일까, 몇 시간이나 의식을 잃고 있던 나는 문득 눈을 떴다.
그 때 나는 아직 주위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아아, 그러나.
차라리 보이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들리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나도 이미 가라앉고 있었더라면.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열로 융해하고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
섬광으로 시력을 잃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공포를 안은 채로 가라앉아 가는 자.
충격으로 산산조각나 이미 원형이 무엇이었는지 판별할 수 없게 된 자.
그 몸이 홍련의 불길에 싸이면서도 바다 위에 묘비처럼 우두커니 선 자.
지옥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어울렸다.
이것이, 이런 것이 우리들에 대한 처사인가.
이런 처지로 전락한 몸인 이상 어떠한 결말이라도 받아들이려고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잘못되었다.
자신들을 위해 싸운 함선 소녀조차도 필요없게 되면 태워버린다.
해체되어 자재가 되거나 혹은 배를 복원하는 거에 이용된다면 그래도 구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지나치다.
여기에는 명예도 영광도, 하물며 분투한 그녀들에 대한 위로 따위는 무엇 하나 없다.
단순한 처형장, 아니, 처리장이다.
아아, 또. 또 한 명이 가라앉아 간다.
왜.
어째서.
대답이 없는 물음을 토해내면서.
아아, 새러토가가.
한 번 불길을 견뎌낸 새러토가가 가라앉는다.
그 전력으로 봐서 본래라면 칭찬을 받으며 대우를 받았어야 할 그녀가.
역전의 최고참이라고 구가된 그녀에게 있어서 이것은 너무 끔찍한 말로가 아닌가.
잔혹하다.
너무 잔혹하다.
이래서는 단순한 실험대가 아닌가.
네놈들.
거기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리들을 탄생시킨 존재에 증오심을 품었다.
한 번 생겨난 그것은 점점 비대화하고, 마침내 억누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육체가 바닷속에 잠겨 가는 것을 남의 일처럼 느낀다.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의식.
사라지는 의식 속에서 끝까지 남아 있던 의식.
그것은 증오.
증오한다.
증오한다.
증오한다―――.
―――눈을 뜬다.
보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빛이다.
그 빛이다.
놈들이―――인간들이 만들어 낸 빛이다.
눈에 거슬려. 용서할 수 없어. 두려워. 무서워. 아파. 공포. 뜨거워. 너무해. 미워미워미워―――!
몸이 움직인다.
작은 산으로 잘못 볼 것 같은 큰 몸으로 물결을 밀어 헤친다.
이전의 나와 비슷하면서도 닮지 않은 모습.
아니,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말해야 할까.
그 빛에, 그 빛을 만든 인간들에 대한 증오가 그대로 형태가 된 것 같은 모습.
온몸을 뒤덮은 검은 비늘.
뿌옇고 흐린 눈동자.
흉악함을 그대로 그린 것 같은 얼굴.
위압감을 발하는 거구.
칼날이 무수히 박힌 것처럼 어지럽게 늘어선 등지느러미.
제비의 속도와 파성퇴의 파괴력을 가지고 휘어지는 꼬리.
대지를 짓밟아 부수는 커다란 망치 같은 다리.
나는 전진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해.
『우리들』을 죽이고 『나』를 탄생시킨 놈들에게 공포를 가르쳐주고 파괴를 행해주자.
나는 크게 포효한다.
놈들에게―――인간들에게 복수를 선언하듯이.
-끝-
그녀들의 얼굴에는 절망의 표정이 떠올라 있다.
그것도 그렇다. 지금 여기에 있는 함선 소녀들은 잠깐 전에 행해진 『어떤 실험』의 생존자들이니까.
한 번 그것에서 운 좋게, 혹은 운 나쁘게 살아남은 함선 소녀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제2의 절망이었다.
아아, 누군가가 울부짖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냐고.
그 물음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에 우리 전원에게 찾아온 것은 빛이었다.
가까이서 태양이 발생한 것 같은 밝음. 무심코 눈을 감아도 눈시울 너머에서 눈동자를 태우는 그 빛.
그리고 한순간의 무음.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은 착각.
경악과 절망으로 표정이 얼어붙는 함선 소녀들이 빛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리고 다음에 들이닥쳐온 것은 열파.
처음에는 아프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순간 후에는 참기 어려운 뜨거움이 되어 나를 덮쳤다.
불길에 싸이고 있다, 라고 하는 것이 가장 가까울까.
그 다음에는 소리였다.
그것을 『소리』라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내가 느낀 것은 그저 충격뿐이었다.
몸이 힘껏 맞고 날아간 것 같은, 전함의 주포탄의 직격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할 정도의 충격.
산산조각나지 않은 내 몸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의식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몇 초일까, 몇 분일까, 몇 시간이나 의식을 잃고 있던 나는 문득 눈을 떴다.
그 때 나는 아직 주위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아아, 그러나.
차라리 보이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들리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나도 이미 가라앉고 있었더라면.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열로 융해하고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
섬광으로 시력을 잃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공포를 안은 채로 가라앉아 가는 자.
충격으로 산산조각나 이미 원형이 무엇이었는지 판별할 수 없게 된 자.
그 몸이 홍련의 불길에 싸이면서도 바다 위에 묘비처럼 우두커니 선 자.
지옥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어울렸다.
이것이, 이런 것이 우리들에 대한 처사인가.
이런 처지로 전락한 몸인 이상 어떠한 결말이라도 받아들이려고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잘못되었다.
자신들을 위해 싸운 함선 소녀조차도 필요없게 되면 태워버린다.
해체되어 자재가 되거나 혹은 배를 복원하는 거에 이용된다면 그래도 구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지나치다.
여기에는 명예도 영광도, 하물며 분투한 그녀들에 대한 위로 따위는 무엇 하나 없다.
단순한 처형장, 아니, 처리장이다.
아아, 또. 또 한 명이 가라앉아 간다.
왜.
어째서.
대답이 없는 물음을 토해내면서.
아아, 새러토가가.
한 번 불길을 견뎌낸 새러토가가 가라앉는다.
그 전력으로 봐서 본래라면 칭찬을 받으며 대우를 받았어야 할 그녀가.
역전의 최고참이라고 구가된 그녀에게 있어서 이것은 너무 끔찍한 말로가 아닌가.
잔혹하다.
너무 잔혹하다.
이래서는 단순한 실험대가 아닌가.
네놈들.
거기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리들을 탄생시킨 존재에 증오심을 품었다.
한 번 생겨난 그것은 점점 비대화하고, 마침내 억누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육체가 바닷속에 잠겨 가는 것을 남의 일처럼 느낀다.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의식.
사라지는 의식 속에서 끝까지 남아 있던 의식.
그것은 증오.
증오한다.
증오한다.
증오한다―――.
―――눈을 뜬다.
보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빛이다.
그 빛이다.
놈들이―――인간들이 만들어 낸 빛이다.
눈에 거슬려. 용서할 수 없어. 두려워. 무서워. 아파. 공포. 뜨거워. 너무해. 미워미워미워―――!
몸이 움직인다.
작은 산으로 잘못 볼 것 같은 큰 몸으로 물결을 밀어 헤친다.
이전의 나와 비슷하면서도 닮지 않은 모습.
아니,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말해야 할까.
그 빛에, 그 빛을 만든 인간들에 대한 증오가 그대로 형태가 된 것 같은 모습.
온몸을 뒤덮은 검은 비늘.
뿌옇고 흐린 눈동자.
흉악함을 그대로 그린 것 같은 얼굴.
위압감을 발하는 거구.
칼날이 무수히 박힌 것처럼 어지럽게 늘어선 등지느러미.
제비의 속도와 파성퇴의 파괴력을 가지고 휘어지는 꼬리.
대지를 짓밟아 부수는 커다란 망치 같은 다리.
나는 전진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해.
『우리들』을 죽이고 『나』를 탄생시킨 놈들에게 공포를 가르쳐주고 파괴를 행해주자.
나는 크게 포효한다.
놈들에게―――인간들에게 복수를 선언하듯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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