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핀 벚꽃들은 다른 곳에 있는 것들보다 더 아름답게 보였다.
그것은 이 땅에 묻힌 사람들의 마음이나 몸을 양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물든 그 꽃잎들은 정말로 죽은 이를 흡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하면 믿어버릴 것 같은 그런 특이한 선명함을 지니고 있었다.
―――4년 전에 다섯 살, 이번 일로 또 다섯 살.
연속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두 아이를 잃은 사야코 아주머님의 낙담은 매우 커서 가볍게 열 살은 더 늙어 보였다.
원래 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직 그 나이에 상응하는 모습이긴 했지만,
이전의 모습밖에 모르는 사람이 지금의 아주머님을 보면 놀라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을 만드는 것을 포기한 것처럼 활짝 개여서 내 텅 빈 마음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차이는 태양이라는 일점의 빛이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 뿐.
비가 내리든, 밤이 되든, 거기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햇빛의 빛이 켜지고, 내가 영원히 잃은 그 빛뿐이었다
아까부터 아주머님은 후쿠자와네 묘 앞에서 몸을 구부리면서 계속 사과하고 있다
「미키 짱……미안해……. 유미 짱을 지켜주지 못했어……약속했는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계속.
언니…….
그쪽에서 사치코 언니나 세이 님과 만나고 있나요?
데리고 간 시마코 님이나 요시노 님과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아……유키 씨와 미키 아주머님, 유이치로 아저씨도 찾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하지만……언니
거기에 저는 없어요.
가장 사랑하는 여동생이 있는 곳은 여기라고요.
저보다도 사치코 언니를 비롯한 다른 분들이 더 좋나요?
저는 필요하지 않나요?
저에게는 데리고 갈 가치조차 없었나요?
…
………
…………농담이에요.
좀 곤란하게 해보고 싶었을 뿐.
그럴 생각이 아니었던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어요.
………………….
…………………………….
있잖아요, 언니.
언니는 제멋대로에요.
저희들을 남기고 이렇게 떠나버리다니.
그때와 똑같은 이런 슬픔을 또 저희들에게 맛보게 하다니.
정말로 제멋대로에요.
…………너무……제멋대로에요……윽!
새파란 하늘 아래에 작고도 작은 비가 내린다.
쾌청함은 이미 마음과의 조화를 잃고 있었다―――.
(1)
「1학년 여러분. 우선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2백명이나 되는 1학년으로 채워진 성당에 낭랑하게 언니의 목소리가 울린다.
의연히 말을 꺼내는 그 모습은 지금의 이 상태가 처음부터 예정대로인 것처럼, 그리고 조금도 이상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한다.
본래 이 장소에 있을 수 없는 작은 웅성거림이나 미묘하게 분산되는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는데…….
그런데도 언니가 그렇게 하고 있는 이상 나도 가슴을 펴지 않으면 안 된다.
학원에 충만하는 소문이라든가, 이만한 인원수가 모이면 보다 한층 더 차이와 이질감을 발하는 이 교복이라든가……그런 것은 지금은 마음에 둬야 할 것이 아니다.
「그럼 우리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학생회는 마리아 님의 마음을 기념하여―――…」
나 대신 이 역할을 할 예정이었던 츠타코 양은 성당 구석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다.
내가 온 이상, 움직임이 구속되는 보조 역할이라는 건 사양하겠다는 모양이다.
마미 양에 관해서는 이전과 같다. 시마코 양의 어시스턴트로서 단상에 있다.
어느 쪽이 벗어난 위치에 있을지를 놓고 츠타코 양과 마찰이 있었다고 하지만, 결국 기사라면 기억을 바탕으로 나중에 쓸 수 있다는 것으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주머니 안에는 메모와 펜이 들어가 있어서, 뭔가 있으면 바로 빠르게 기록한다고 하는 약간 특수한 기능으로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전회로부터의 기억으로 나는 알고 있다.
두 사람, 그리고 시마코 양과 레이 님도 일단은 이번 일을 불문으로 붙여주는 것 같았다.
모두가 물어보고 싶은 얼굴을 하면서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를 맞이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사죄와 고마움만을 고하고 그 후의에 응하기로 했다.
뭔가 특별히 급박한 사태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나는 미래라는 과거를 모두에게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우리 상급생은 진심으로 새로운 여동생들을―――…」
다만 이것으로 원래대로라는 것은 아니고, 역시……부숴버린 것도 있다.
눈을 마주치는 것이 곤란하지 않은 1학년들이었지만, 그런데도 명백하게 표정의 종류가 다른 노리코 짱의 부드러운 시선과……그 뒤에서 이쪽도 그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표정이 다른 토오코의 험악한 시선.
그것은 이미 증오라고 말해도 지장이 없는 눈동자로 나를 꿰뚫는 토오코와의 관계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시기에게는 아직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내가 어떤 방식으로 부탁한다고 해도 토오코는 산백합회를 돕는 일을 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는 커녕 이야기할 장소를 마련하는 것조차 거부할지도 모른다.
일그러진 그 얼굴을 보고 있자 그렇게 느껴버린다.
(토오코…….)
저기에 있는 것은 나를 지탱하고 도와준 여동생이 아니다.
원본이 같았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인 딴사람.
토오코도 노리코 짱도 그런 점에서 말하자면 다른 모두와는 다르다.
아직 나와의 접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명백히 딴사람이다.
내가 예전의 내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녀도 내 여동생인 토오코가 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괴로워도 그것이 사실.
……다만, 그래도.
내가 그녀로 하여금 그런 얼굴을 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자 안타까운 괴로움으로 가슴이 단단하게 조여지는 것 같았다.
「우선은 기념으로 메달 증정을 하겠습니다.」
언니가 환영하는 말을 끝내고 레이 님에게 마이크를 건네준다.
마이크를 받은 레이 님은.
「불린 반은 일렬로 줄서서 앞으로.」
그렇게 말하고 자두반, 등나무반, 국화반을 불렀다.
전반조의 학생들이 일어서서 앞으로 줄설 준비를 시작한다.
우리 어시스턴트는 받침대 위의 메달을 수납하고 있는 바구니를 손에 들고 각각의 장미님 옆에 붙는다.
2회째인 것도 있어서 이번에는 부전을 제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의 준비가 끝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1학년들도 받을 자세를 갖춘 것 같다.
언니, 레이 님, 시마코 양 앞에 서른 몇 명의 사람의 열이 완성된다.
세 사람은 눈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우리의 바구니에서 메달을 집었다.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차례차례로 신입생들에게 걸리는 축복의 언령과 메달.
줄선 소녀들은 흥분으로 얼굴을 붉히거나, 지나친 긴장에 안색이 새파래지거나 한다.
역시 그때만큼은 나에게 시선을 향하지도 못했다.
바구니의 내용물은 당연히 줄어들어 간다.
체험으로서 말하자면, 바구니를 드는 것보다도 걸치는 쪽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았다.
비록 어느 쪽이라 해도 『순식간』이라는 표현이 되는 이상,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닌 것인지도 모르지만.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말의 문면은 같으면서도 상대방의 상태에 따라 음색이나 표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예를 들면 졸업증서의 「―――아래는 같은 글」처럼 작업적인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메달의 수가 순식간이라고 느끼는 것도 그 배려에서 오는 것이리라.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마지막 한 사람의 목에 메달을 걸면서 말한 장미님들의 목소리가 겹친다.
언니가 메달을 걸어준 소녀는 과장될 정도로 인사를 하고 자신들의 열로 돌아갔다.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본 레이 님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다음. 복숭아반, 소나무반, 동백나무반. 앞으로.」
레이 님의 말로 애타게 기다렸다고 말하듯이 후반조가 일어선다.
그 안에는 당연히 토오코나 카나코 짱, 히데미 짱, 그리고………노리코 짱의 모습이 있다.
바구니를 교환할 때에 또 한 사람의 주역인 시마코 양을 훔쳐 본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상상도 하고 있지 않은 미소.
이번에도 능숙하게 속여넘길 수 있겠지.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우리가 돌아오고, 거기서 메달을 꺼낸 장미님들이 열을 소화해 간다.
순식간에 줄어들어 가는 바구니의 내용물과 대등한 인원수.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이제 곧 노리코 짱이 시마코 양의 슬하로 도달한다.
그래. 드디어 나중에 『마리아제의 종교재판』이라는 타이틀로 카와라판을 장식하게 되는 일대 이벤트가 시작된다.
시선이 마주치면서 작게 손을 흔드는 노리코 짱에게 조금 죄책감이 자극되면서 나도 똑같이 작게 답한다.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사람이 떠나고.
…………앞으로 두 사람.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사람이 떠나고.
……앞으로 한 사람.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사람이 떠나고.
드디어 노리코 짱 차례.
시마코 양의 손이 메달에 걸리고 고리를 만들면서 내걸어진다.
그리고 지금 노리코 짱의 목에―――
『잠깐 기다려주세요!』
「어……?」
「? 아……!」
나는 처음에 시마코 양과 노리코 짱이 놀란 것은 토오코의 말에 의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놀라면서 낸 그 목소리는 내 기억에 있던 토오코의 목소리와 타이밍이 너무나 잘 맞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그건 단순한 착각이었고.
「……미안해요. ―――.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시마코 양이 노리코 짱이라기보다도 오히려 진행을 방해받은 우리 모두에게라는 식으로 사죄하고……그리고 노리코 짱에게 작게 무언가를 속삭이고 그에 수긍한 노리코 짱에게 원래의 흐름대로 메달을 증정한다.
그리고 노리코 짱은,
토오코의 목소리에 차단되는 일 없이,
메달을 목에 걸고,
――――――시마코 양 앞에서 물러났다.
「………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곧바로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멍하니 무심코 토오코에게 시선을 보낸다.
―――시선을 알아차린 토오코가 이쪽을 노려보았다.
차가워진 마음이 간신히 이벤트의 개막을 고해야 할 그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동시에 실패했다는 사실도.
그것들을 파악하고……이번에는 왜 언니와 레이 님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인지 의문으로 생각했다.
나는 반대쪽에 있는 언니나 레이 님으로 시선을 옮긴다.
「어……?」
거기에 있던 것은 태연하게 메달을 걸어주고 있는 레이 님의 모습과……내 행동을 꾸짖는 언니의 시선.
『뭐 하고 있니?』라고 시선으로 꾸중을 듣자, 혼란해진 머리는 그대로지만 몸만은 지시에 따랐다.
(2)
「도대체 왜 그런 거니? 유미.」
「죄송해요, 언니…….」
그 말은 환영회에서의 나를 꾸짖은 것이라고 해석했고, 그러면서도 지금의 나는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그렇다고만 대답했다.
「………지금은 이유 같은 건 상관없어. 그것보다 괜찮니? 속이 안 좋다면 양호실까지―――」
「―――아니요. 괜찮아요.」
솔직하게 상태를 말하자면 그리 괜찮지는 않았지만, 양호실에 가는 것으로 개선될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거기로 이동하는 것조차도 지금의 나에게는 무리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죄송해요, 언니. ……잠시 이렇게 하고 있어도 될까요?」
「그래, 괜찮아.」
「고마워요…….」
옆에 앉은 언니의 팔을 잡는다.
그 어깨에 머리를 맡기고, 따스함을 안아서 놓치지 않도록 그 팔을 안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니까지 사라져버릴 거라고 그때의 나는 반쯤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산백합회가 주최한 신입생 환영회는 일단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그 뒤의 일은 전혀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기억하지 못했다.
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지금은 몇 시인지, 이것은 정말로 현실인지……그런 위화감인지 상실감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격렬한 무언가에 습격을 받아 쭉 어질어질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쓰러지지 않았던 것이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나와 언니는 지금 그 회장인 성당의 맨 앞줄의 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다.
내 변조를 헤아린 언니가 청소를 맡겠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내쫓아준 것이다.
어저면 조용히 현 상황을 생각하고 싶다는 내 생각을 간파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언니…….」
「……왜?」
아직도 머릿속에서는 빙글빙글하면서 방금 전의 장면이 돌고 있다.
하지만 간신히……라고 할까, 그 방향성이 정해져 오고 있었다.
아무리 그것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무거운 사실이라 해도, 자신이 저질러버린 일이라면 결코 도망쳐서는 안 된다.
나는 그 첫 단계로서 언니에게 확인한다.
「시마코 양의 집이 절이라는 건……?」
「……레이한테서 들었어.」
「그럼……이 신입생 환영회를 사용해 시마코 양이 그것을 인정받게 할 계획은……?」
「…………」
「그렇습니까…….」
―――역시.
내 탓이다…….
「너 때에는 있었구나……?」
「……네.」
시마코 양이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이 학원에 있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계획.
그리고 시마코 양과 노리코 짱이 관계를 깊게 하기 위해서도 중요했을 사건.
내가 그것을 망가뜨려버렸다…….
「어쩌죠……. 어쩌죠, 언니! 전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이것으로 만약 시마코 양이 릴리안을 그만둬버린다면……! 거기다 만약―――」
「진정해, 유미. ……괜찮아. 아직, 그것이 공식적이 된 것도, 이것으로 시마코 양에게 그것을 하게 할 기회가 없어진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비록 시마코 양이 릴리안을 그만두지 않더라도, 만약 노리코 짱과 자매가 되지 않는다든가 한다면……?
「잘 들어! ………확실히 이 세계는 네가 있던 세계와는 달라져버렸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세계가 잘못되어 있는 건 아니잖니? 게다가 그 하나가 다르다고 해도 결국 모든 게 바뀐다고도 할 수 없어. ―――우리가 그걸 증명하고 있잖아?」
진정으로 서로를 이끈다면, 모두가 그것을 바란다면 조금의 순서의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언니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겠지.
우리가 그랬듯이, 시마코 양과 노리코 짱도 그렇다고.
실제로 내가 그녀들 사이에 관련된 것은 그때를 제외하고는 없다.
그리고 생각하면 언니가 말한 대로 멀든 가깝든 그 두 사람의 인연은 명확한 형태로 연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무언가 정체를 모르는 초조함이 스며들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 아침 느낀 것과 똑같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어긋나버린 것 같은 막연한 불안.
뭐든지 좋으니까 언니의 말을 증명할 사실이 필요하다.
오늘 일어날 예정이었던 그 일이 없어도 괜찮다는 확실한 안심을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고마워요, 언니. 하지만……죄송해요. 아무래도 그것만큼은 불안해요……! 전 잠시 시마코 양을 만나고 올게요.」
「뭐? 유미……?」
갑작스럽게 말하고 일어서는 나를 언니가 당황한 것처럼 올려다본다.
그것은 당연한 행동일 것이다.
나도 이 행동이 맥락을 약간 무시했다는 것은 일단 자각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아직 약간 휘청거리는 몸에 힘을 넣고 나는 달리기 시작한다.
「금방 돌아올게요!」
그 말은 딱히 견제는 아니었지만, 언니한테서 제지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성당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우리가 성당에 남겠다고 말하고 나서―――모두가 성당을 나가고 나서 아직 그다지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10분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라고 해도 달리면 문까지의 어딘가에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성당 청소는 그 다음에 하면 된다.
시마코 양을 만나 무엇을 이야기할지는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이야기라고 할 정도의 대화는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 입에서, 또는 내 질문에 노리코 장과 친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본래 『마리아제의 종교재판』이 가지고 있던 목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시마코 양이 어디론가 가버린다.』라는 우려보다, 『시마코 양과 노리코 짱의 인연이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라는 우려가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부자연스러움을.
「어? 빨랐네. 청소는 벌써 끝났니?」
성당을 나와 막 달리려고 하는 내 왼쪽에서 아직 약간 익숙해지지 않은 목소리로 그런 말이 들려온다.
「세이 님!」
「여어, 유미 짱, 평안하렴. 약속대로 상태를 보러 왔어.」
목소리의 주인인 세이 님은 입구를 물러난 바로 옆의 벽에 등을 맡긴 자세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평안하세요. ……보신 대로 지금은 저 혼자지만요.」
아무래도 난잡한 꼴로 있을 수도 없어서 나는 일단 멈춰 서서 세이 님과 이야기하기로 했다.
게다가 확실히 서두르긴 했지만, 세이 님의 말과 상태는 내가 청소를 하기 위해 성당에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나에게 고하고 있었다.
그것은 즉 우리보다 먼저 나온 모두……혹은 그 안의 누군가와 만났다는 것이다.
거기에 시마코 양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하하. 뭐, 모두와 함께라는 건 요컨데 그것을 할 수 있는 관계로 수복되어 있다는 거니까. 이런 경우는 위반이 되지 않아.」
「그렇게 말해주시니 다행이네요.」
벽으로부터 등을 떼어 놓으면서 나와 마주 본 세이 님이 말한다.
그 인식은 우리 두 사람 공통의 것.
하지만 액면대로의 약속으로서는 완전히 깨져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이쪽도 형태만으로 사죄를 해 둔다.
아무튼 말하자면 인사 대신……즉 의사소통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청소가 끝난 것 같지는 않은데, 찾는 물건이나 사람이라도 있니?」
내가 뭔가의 목적을 가지고 성당을 뛰쳐나온 것이라고 헤아렸는지, 다행히 세이 님이 먼저 말을 꺼내주었다.
「네, 사람이에요. 시마코 양인데……알고 계신가요?」
매우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경우의 해답―――『귀가』였다면 정문의 방향이 될 것이다.
세이 님이 언제쯤 여기에 왔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느 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거치지 않은 한 여기로 향하는 도중에 만났을 것이다.
반대로 세이 님이 몰랐을 경우, 그것은 시마코 양이 그 후 곧바로 하교한 게 아니라는 것이 된다.
「시마코? 아, 조금 전까지 이야기했지. 하지만 도중에……아마 신입생인 것 같은데……모르는 여자애가 왔고, 그 아이와 저쪽으로 걸어갔어.」
「저쪽…….」
정문으로 향하는 길과는 반대쪽 길.
이 길을 걸어갔다고 한다면……떠오르는 것은 강당일까?
「으음……그렇겠군.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지만……찾을 생각이라면 일단 강당 뒤의 벚나무 근처도 조사해 봐. 혹시 거기일지도 모르니까.」
「그렇군요……그렇게 하겠습니다.」
강당 뒤에서 은행나무들 안에 하나만 있는 벚나무. 시마코가 마음에 들어하던 장소다.
나에게 있어서도……종종 신세를 진 적이 있었으니까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장소다.
방향으로부터 생각하면 거기로 향했다는 것은 역시 신빙성이 있다.
「응. ―――그럼……유미 짱의 얼굴도 볼 수 있었으니 나는 이만 돌아갈게.」
「네?」
「후후……급한 몸이잖니? 거기다 처음부터 오래 머무를 생각은 없었으니까. 안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해.」
그렇다고 해도 일부러 기다리고 있어줄 정도였으니 뭔가 좀 더 할 이야기가 있었을 터.
나는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올려다보자 세이 님이 떫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곧바로 사과하는 버릇은 계속해서 고쳐 가는 것이 좋겠어. 별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하면 반대로 이쪽이 미안해지니까…….」
「죄송……웃.」
「하하, 아무튼 계속해서……라고 할까. 어쨌든 흔해빠진 충고지만……이렇게 말할 때는 반대되는 말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쓴웃음을 짓고 나서 그렇게 말하고 『알겠지?』라고 표정으로 묻는다.
『미안해요.』의 반대로……그리고 흔히 있는 충고. 거기서 이끌려나오는 말은.
「『고마워요.』 세이 님.」
사죄의 반대, 즉 고마움의 표시다.
내 해답에 세이 님은 만족스럽게 수긍하고.
「음, 좋아. ……그럼 잘 다녀와.」
그리고 태도를 고쳐주었다.
「네. 다녀올게요.」
이번에야말로 그 후의를 헛되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는 인사를 하고 시마코 양이 갔다는 길로 발길을 돌린다.
「―――아.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대학으로 와. 뭘 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는 것 정도는 해줄 테니까.」
「……네!」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해준 세이 님에게 손을 흔들고.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2b)
세이 님과 헤어지고……강당을 향해 달린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아마 보통 수준의 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숨이 찰 일도 없는 것 같은 거리.
단지 그만큼을 달린 것만으로 보기 흉하게 헐떡이는 몸이 얄밉다.
과거의 세계에 오고 나서 이미 한 달이 지나려 하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 내 몸은 마치 이 기억에 끌려간 것처럼 순식간에 약체화해 갔다.
그때는 날개가 난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가벼웠던 몸도, 지금은 권태감에 구석구석까지 지배당해서 예전처럼 칼이 씌워진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둔하고, 조금도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는 몸이지만……그래도 어떻게든 휘둘러 땅을 두드린다.
「하아, 하아, 하아. ……후우우우.」
그 덕택인지 어떻게든 강당 앞에 도착한 나는 크게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흐트러져버린 호흡을 진정시키는 것으로 조용히 가다듬는다.
거친 숨결인 채이면 발견되어버린다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세이 님이 말한 시마코 양을 데리고 갔다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
만약 그 소녀가 노리코 짱이었을 경우,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나도 같은 전철을 밟을 생각은 없다.
생각나는 위험이 있다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아……하아……, 음.」
숨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가다듬어진 것을 느낀 나는 천천히 뒤쪽으로 돈다.
기대와 불안으로 빨라지는 고동을 손으로 잡고 모퉁이에서 엿본다―――.
―――거기에 사람의 그림자 두 개가 있었다.
한 사람은 나에게 있어서 매우 면식이 있는 얼굴인 노리코 짱.
그리고 또 한 사람, 노리코 짱과 마주 보는 옆얼굴에 가까운 뒷모습은……틀림없는 시마코 양.
그리고……옆얼굴에 가까운 노리코 짱의 그 표정에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노리코 짱』이 시마코에게 향하고 있던 강인하고도 상냥한 애정뿐.
―――그것은 내가 기대한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뭐, 야…….」
너무나 큰 안도감에 나는 모퉁이에서 얼굴을 물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여기까지의 거리가 피로가 되어 다리에 걸려 왔지만, 지금이라면 그것도 기분 좋은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걱정이 지나쳤을 뿐이었나……?)
문득 생각한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고, 예를 들면 시마코 양의 집안이라든가……전회의 형태가 좋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있지만.
다만 그래도 그렇게 과잉적으로 반응할 필요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일이 없어도 이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나는 이 사실을 대답으로 받아들이고.
「엇……차.」
한 번 더 다리에 박차를 가해서 일어선다.
안심할 수 있었던 이상, 이제 여기에 머물 필요는 없으니까.
빨리 돌아가서 언니에게 보고와 고마움을 전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왔던 길을 반대로 해서 발을 옮긴다.
―――만약 이때.
성당으로 가는 길은 경쾌해서,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상하게 근심을 느끼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서 유감으로 바뀌어버렸던 것은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않는 사태를 주어버리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당이 보인다……거기서 기다리는 언니가 보인다.
걱정스러운 표정에서 내 분위기로 헤아렸는지 온화한 미소로 바뀌고.
내가 뭐랬어라고 말하듯이 올바른 자세로 가슴을 편다.
나는 쓴웃음을 짓고 수긍하면서.
튀는 숨결과 마음을 안고 달려온다.
―――내가 두 사람의 대화까지 듣고 있었더라면.
향하는 앞의 구도가 그야말로 명화 같다.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의 내 상황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상징하는 것 같은 맑고 푸른 하늘.
둘러싸고 달래면서 지켜주는 동료와도 닮은 나무들.
릴리안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성당.
거기서 미소짓는 언니.
……아마 내 뒤에서 지지 않는 태양이 그 소녀.
마지막.
정말로 마지막이라고 머리와 함께 뿌리치고.
그리고 나는 나갈 곳 없이 가득 차는 힘을 마음껏 사용하면서 마지막으로 가속한다.
그림 가운데에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서로 화목하게 껴안는 자매의 모습으로 바꿔 그렸다―――.
END
―――그렇게 붓을 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실수였는지를 깨달았을 텐데…….
END?
――――――――――――――――――――――――――――――――――――――――――――――――――――――――――――
이것으로 '유리의 거리' 번역도 끝났습니다.
내용상으로는 토오코와의 문제라든지, 마지막 부분의 유미의 독백 등으로 뒷이야기가 나올 건수가 있지만, 아쉽게도 사실상 여기서 완결입니다.
글쓴이가 '유리의 거리' 14화를 쓴 시기가 2007년 4월인데, 그 뒤에는 '유리의 거리' 재신이 없습니다.
글쓴이가 '유리의 거리' 후기에서 이것으로 일단 완결이라는 식으로 적어 둔 것도 있고요.
글쓴이의 홈페이지도 2009년 7월 말 이후로 재신이 정지된 상태라, 후속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것은 이 땅에 묻힌 사람들의 마음이나 몸을 양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물든 그 꽃잎들은 정말로 죽은 이를 흡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하면 믿어버릴 것 같은 그런 특이한 선명함을 지니고 있었다.
―――4년 전에 다섯 살, 이번 일로 또 다섯 살.
연속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두 아이를 잃은 사야코 아주머님의 낙담은 매우 커서 가볍게 열 살은 더 늙어 보였다.
원래 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직 그 나이에 상응하는 모습이긴 했지만,
이전의 모습밖에 모르는 사람이 지금의 아주머님을 보면 놀라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을 만드는 것을 포기한 것처럼 활짝 개여서 내 텅 빈 마음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차이는 태양이라는 일점의 빛이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 뿐.
비가 내리든, 밤이 되든, 거기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햇빛의 빛이 켜지고, 내가 영원히 잃은 그 빛뿐이었다
아까부터 아주머님은 후쿠자와네 묘 앞에서 몸을 구부리면서 계속 사과하고 있다
「미키 짱……미안해……. 유미 짱을 지켜주지 못했어……약속했는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계속.
언니…….
그쪽에서 사치코 언니나 세이 님과 만나고 있나요?
데리고 간 시마코 님이나 요시노 님과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아……유키 씨와 미키 아주머님, 유이치로 아저씨도 찾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하지만……언니
거기에 저는 없어요.
가장 사랑하는 여동생이 있는 곳은 여기라고요.
저보다도 사치코 언니를 비롯한 다른 분들이 더 좋나요?
저는 필요하지 않나요?
저에게는 데리고 갈 가치조차 없었나요?
…
………
…………농담이에요.
좀 곤란하게 해보고 싶었을 뿐.
그럴 생각이 아니었던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어요.
………………….
…………………………….
있잖아요, 언니.
언니는 제멋대로에요.
저희들을 남기고 이렇게 떠나버리다니.
그때와 똑같은 이런 슬픔을 또 저희들에게 맛보게 하다니.
정말로 제멋대로에요.
…………너무……제멋대로에요……윽!
새파란 하늘 아래에 작고도 작은 비가 내린다.
쾌청함은 이미 마음과의 조화를 잃고 있었다―――.
(1)
「1학년 여러분. 우선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2백명이나 되는 1학년으로 채워진 성당에 낭랑하게 언니의 목소리가 울린다.
의연히 말을 꺼내는 그 모습은 지금의 이 상태가 처음부터 예정대로인 것처럼, 그리고 조금도 이상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한다.
본래 이 장소에 있을 수 없는 작은 웅성거림이나 미묘하게 분산되는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는데…….
그런데도 언니가 그렇게 하고 있는 이상 나도 가슴을 펴지 않으면 안 된다.
학원에 충만하는 소문이라든가, 이만한 인원수가 모이면 보다 한층 더 차이와 이질감을 발하는 이 교복이라든가……그런 것은 지금은 마음에 둬야 할 것이 아니다.
「그럼 우리 릴리안 여학원 고등부 학생회는 마리아 님의 마음을 기념하여―――…」
나 대신 이 역할을 할 예정이었던 츠타코 양은 성당 구석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다.
내가 온 이상, 움직임이 구속되는 보조 역할이라는 건 사양하겠다는 모양이다.
마미 양에 관해서는 이전과 같다. 시마코 양의 어시스턴트로서 단상에 있다.
어느 쪽이 벗어난 위치에 있을지를 놓고 츠타코 양과 마찰이 있었다고 하지만, 결국 기사라면 기억을 바탕으로 나중에 쓸 수 있다는 것으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주머니 안에는 메모와 펜이 들어가 있어서, 뭔가 있으면 바로 빠르게 기록한다고 하는 약간 특수한 기능으로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전회로부터의 기억으로 나는 알고 있다.
두 사람, 그리고 시마코 양과 레이 님도 일단은 이번 일을 불문으로 붙여주는 것 같았다.
모두가 물어보고 싶은 얼굴을 하면서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를 맞이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사죄와 고마움만을 고하고 그 후의에 응하기로 했다.
뭔가 특별히 급박한 사태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나는 미래라는 과거를 모두에게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우리 상급생은 진심으로 새로운 여동생들을―――…」
다만 이것으로 원래대로라는 것은 아니고, 역시……부숴버린 것도 있다.
눈을 마주치는 것이 곤란하지 않은 1학년들이었지만, 그런데도 명백하게 표정의 종류가 다른 노리코 짱의 부드러운 시선과……그 뒤에서 이쪽도 그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표정이 다른 토오코의 험악한 시선.
그것은 이미 증오라고 말해도 지장이 없는 눈동자로 나를 꿰뚫는 토오코와의 관계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시기에게는 아직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내가 어떤 방식으로 부탁한다고 해도 토오코는 산백합회를 돕는 일을 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는 커녕 이야기할 장소를 마련하는 것조차 거부할지도 모른다.
일그러진 그 얼굴을 보고 있자 그렇게 느껴버린다.
(토오코…….)
저기에 있는 것은 나를 지탱하고 도와준 여동생이 아니다.
원본이 같았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인 딴사람.
토오코도 노리코 짱도 그런 점에서 말하자면 다른 모두와는 다르다.
아직 나와의 접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명백히 딴사람이다.
내가 예전의 내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녀도 내 여동생인 토오코가 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괴로워도 그것이 사실.
……다만, 그래도.
내가 그녀로 하여금 그런 얼굴을 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자 안타까운 괴로움으로 가슴이 단단하게 조여지는 것 같았다.
「우선은 기념으로 메달 증정을 하겠습니다.」
언니가 환영하는 말을 끝내고 레이 님에게 마이크를 건네준다.
마이크를 받은 레이 님은.
「불린 반은 일렬로 줄서서 앞으로.」
그렇게 말하고 자두반, 등나무반, 국화반을 불렀다.
전반조의 학생들이 일어서서 앞으로 줄설 준비를 시작한다.
우리 어시스턴트는 받침대 위의 메달을 수납하고 있는 바구니를 손에 들고 각각의 장미님 옆에 붙는다.
2회째인 것도 있어서 이번에는 부전을 제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의 준비가 끝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1학년들도 받을 자세를 갖춘 것 같다.
언니, 레이 님, 시마코 양 앞에 서른 몇 명의 사람의 열이 완성된다.
세 사람은 눈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우리의 바구니에서 메달을 집었다.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차례차례로 신입생들에게 걸리는 축복의 언령과 메달.
줄선 소녀들은 흥분으로 얼굴을 붉히거나, 지나친 긴장에 안색이 새파래지거나 한다.
역시 그때만큼은 나에게 시선을 향하지도 못했다.
바구니의 내용물은 당연히 줄어들어 간다.
체험으로서 말하자면, 바구니를 드는 것보다도 걸치는 쪽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았다.
비록 어느 쪽이라 해도 『순식간』이라는 표현이 되는 이상,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닌 것인지도 모르지만.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말의 문면은 같으면서도 상대방의 상태에 따라 음색이나 표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예를 들면 졸업증서의 「―――아래는 같은 글」처럼 작업적인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메달의 수가 순식간이라고 느끼는 것도 그 배려에서 오는 것이리라.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마지막 한 사람의 목에 메달을 걸면서 말한 장미님들의 목소리가 겹친다.
언니가 메달을 걸어준 소녀는 과장될 정도로 인사를 하고 자신들의 열로 돌아갔다.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본 레이 님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다음. 복숭아반, 소나무반, 동백나무반. 앞으로.」
레이 님의 말로 애타게 기다렸다고 말하듯이 후반조가 일어선다.
그 안에는 당연히 토오코나 카나코 짱, 히데미 짱, 그리고………노리코 짱의 모습이 있다.
바구니를 교환할 때에 또 한 사람의 주역인 시마코 양을 훔쳐 본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상상도 하고 있지 않은 미소.
이번에도 능숙하게 속여넘길 수 있겠지.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우리가 돌아오고, 거기서 메달을 꺼낸 장미님들이 열을 소화해 간다.
순식간에 줄어들어 가는 바구니의 내용물과 대등한 인원수.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이제 곧 노리코 짱이 시마코 양의 슬하로 도달한다.
그래. 드디어 나중에 『마리아제의 종교재판』이라는 타이틀로 카와라판을 장식하게 되는 일대 이벤트가 시작된다.
시선이 마주치면서 작게 손을 흔드는 노리코 짱에게 조금 죄책감이 자극되면서 나도 똑같이 작게 답한다.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사람이 떠나고.
…………앞으로 두 사람.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사람이 떠나고.
……앞으로 한 사람.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사람이 떠나고.
드디어 노리코 짱 차례.
시마코 양의 손이 메달에 걸리고 고리를 만들면서 내걸어진다.
그리고 지금 노리코 짱의 목에―――
『잠깐 기다려주세요!』
「어……?」
「? 아……!」
나는 처음에 시마코 양과 노리코 짱이 놀란 것은 토오코의 말에 의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놀라면서 낸 그 목소리는 내 기억에 있던 토오코의 목소리와 타이밍이 너무나 잘 맞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그건 단순한 착각이었고.
「……미안해요. ―――. ……마리아 님의 가호가 있기를.」
시마코 양이 노리코 짱이라기보다도 오히려 진행을 방해받은 우리 모두에게라는 식으로 사죄하고……그리고 노리코 짱에게 작게 무언가를 속삭이고 그에 수긍한 노리코 짱에게 원래의 흐름대로 메달을 증정한다.
그리고 노리코 짱은,
토오코의 목소리에 차단되는 일 없이,
메달을 목에 걸고,
――――――시마코 양 앞에서 물러났다.
「………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곧바로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멍하니 무심코 토오코에게 시선을 보낸다.
―――시선을 알아차린 토오코가 이쪽을 노려보았다.
차가워진 마음이 간신히 이벤트의 개막을 고해야 할 그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동시에 실패했다는 사실도.
그것들을 파악하고……이번에는 왜 언니와 레이 님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인지 의문으로 생각했다.
나는 반대쪽에 있는 언니나 레이 님으로 시선을 옮긴다.
「어……?」
거기에 있던 것은 태연하게 메달을 걸어주고 있는 레이 님의 모습과……내 행동을 꾸짖는 언니의 시선.
『뭐 하고 있니?』라고 시선으로 꾸중을 듣자, 혼란해진 머리는 그대로지만 몸만은 지시에 따랐다.
(2)
「도대체 왜 그런 거니? 유미.」
「죄송해요, 언니…….」
그 말은 환영회에서의 나를 꾸짖은 것이라고 해석했고, 그러면서도 지금의 나는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그렇다고만 대답했다.
「………지금은 이유 같은 건 상관없어. 그것보다 괜찮니? 속이 안 좋다면 양호실까지―――」
「―――아니요. 괜찮아요.」
솔직하게 상태를 말하자면 그리 괜찮지는 않았지만, 양호실에 가는 것으로 개선될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거기로 이동하는 것조차도 지금의 나에게는 무리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죄송해요, 언니. ……잠시 이렇게 하고 있어도 될까요?」
「그래, 괜찮아.」
「고마워요…….」
옆에 앉은 언니의 팔을 잡는다.
그 어깨에 머리를 맡기고, 따스함을 안아서 놓치지 않도록 그 팔을 안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니까지 사라져버릴 거라고 그때의 나는 반쯤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산백합회가 주최한 신입생 환영회는 일단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그 뒤의 일은 전혀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기억하지 못했다.
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지금은 몇 시인지, 이것은 정말로 현실인지……그런 위화감인지 상실감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격렬한 무언가에 습격을 받아 쭉 어질어질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쓰러지지 않았던 것이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나와 언니는 지금 그 회장인 성당의 맨 앞줄의 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다.
내 변조를 헤아린 언니가 청소를 맡겠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내쫓아준 것이다.
어저면 조용히 현 상황을 생각하고 싶다는 내 생각을 간파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언니…….」
「……왜?」
아직도 머릿속에서는 빙글빙글하면서 방금 전의 장면이 돌고 있다.
하지만 간신히……라고 할까, 그 방향성이 정해져 오고 있었다.
아무리 그것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무거운 사실이라 해도, 자신이 저질러버린 일이라면 결코 도망쳐서는 안 된다.
나는 그 첫 단계로서 언니에게 확인한다.
「시마코 양의 집이 절이라는 건……?」
「……레이한테서 들었어.」
「그럼……이 신입생 환영회를 사용해 시마코 양이 그것을 인정받게 할 계획은……?」
「…………」
「그렇습니까…….」
―――역시.
내 탓이다…….
「너 때에는 있었구나……?」
「……네.」
시마코 양이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이 학원에 있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계획.
그리고 시마코 양과 노리코 짱이 관계를 깊게 하기 위해서도 중요했을 사건.
내가 그것을 망가뜨려버렸다…….
「어쩌죠……. 어쩌죠, 언니! 전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이것으로 만약 시마코 양이 릴리안을 그만둬버린다면……! 거기다 만약―――」
「진정해, 유미. ……괜찮아. 아직, 그것이 공식적이 된 것도, 이것으로 시마코 양에게 그것을 하게 할 기회가 없어진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비록 시마코 양이 릴리안을 그만두지 않더라도, 만약 노리코 짱과 자매가 되지 않는다든가 한다면……?
「잘 들어! ………확실히 이 세계는 네가 있던 세계와는 달라져버렸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세계가 잘못되어 있는 건 아니잖니? 게다가 그 하나가 다르다고 해도 결국 모든 게 바뀐다고도 할 수 없어. ―――우리가 그걸 증명하고 있잖아?」
진정으로 서로를 이끈다면, 모두가 그것을 바란다면 조금의 순서의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언니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겠지.
우리가 그랬듯이, 시마코 양과 노리코 짱도 그렇다고.
실제로 내가 그녀들 사이에 관련된 것은 그때를 제외하고는 없다.
그리고 생각하면 언니가 말한 대로 멀든 가깝든 그 두 사람의 인연은 명확한 형태로 연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무언가 정체를 모르는 초조함이 스며들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 아침 느낀 것과 똑같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어긋나버린 것 같은 막연한 불안.
뭐든지 좋으니까 언니의 말을 증명할 사실이 필요하다.
오늘 일어날 예정이었던 그 일이 없어도 괜찮다는 확실한 안심을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고마워요, 언니. 하지만……죄송해요. 아무래도 그것만큼은 불안해요……! 전 잠시 시마코 양을 만나고 올게요.」
「뭐? 유미……?」
갑작스럽게 말하고 일어서는 나를 언니가 당황한 것처럼 올려다본다.
그것은 당연한 행동일 것이다.
나도 이 행동이 맥락을 약간 무시했다는 것은 일단 자각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아직 약간 휘청거리는 몸에 힘을 넣고 나는 달리기 시작한다.
「금방 돌아올게요!」
그 말은 딱히 견제는 아니었지만, 언니한테서 제지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성당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우리가 성당에 남겠다고 말하고 나서―――모두가 성당을 나가고 나서 아직 그다지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10분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라고 해도 달리면 문까지의 어딘가에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성당 청소는 그 다음에 하면 된다.
시마코 양을 만나 무엇을 이야기할지는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이야기라고 할 정도의 대화는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 입에서, 또는 내 질문에 노리코 장과 친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본래 『마리아제의 종교재판』이 가지고 있던 목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시마코 양이 어디론가 가버린다.』라는 우려보다, 『시마코 양과 노리코 짱의 인연이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라는 우려가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부자연스러움을.
「어? 빨랐네. 청소는 벌써 끝났니?」
성당을 나와 막 달리려고 하는 내 왼쪽에서 아직 약간 익숙해지지 않은 목소리로 그런 말이 들려온다.
「세이 님!」
「여어, 유미 짱, 평안하렴. 약속대로 상태를 보러 왔어.」
목소리의 주인인 세이 님은 입구를 물러난 바로 옆의 벽에 등을 맡긴 자세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평안하세요. ……보신 대로 지금은 저 혼자지만요.」
아무래도 난잡한 꼴로 있을 수도 없어서 나는 일단 멈춰 서서 세이 님과 이야기하기로 했다.
게다가 확실히 서두르긴 했지만, 세이 님의 말과 상태는 내가 청소를 하기 위해 성당에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나에게 고하고 있었다.
그것은 즉 우리보다 먼저 나온 모두……혹은 그 안의 누군가와 만났다는 것이다.
거기에 시마코 양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하하. 뭐, 모두와 함께라는 건 요컨데 그것을 할 수 있는 관계로 수복되어 있다는 거니까. 이런 경우는 위반이 되지 않아.」
「그렇게 말해주시니 다행이네요.」
벽으로부터 등을 떼어 놓으면서 나와 마주 본 세이 님이 말한다.
그 인식은 우리 두 사람 공통의 것.
하지만 액면대로의 약속으로서는 완전히 깨져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이쪽도 형태만으로 사죄를 해 둔다.
아무튼 말하자면 인사 대신……즉 의사소통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청소가 끝난 것 같지는 않은데, 찾는 물건이나 사람이라도 있니?」
내가 뭔가의 목적을 가지고 성당을 뛰쳐나온 것이라고 헤아렸는지, 다행히 세이 님이 먼저 말을 꺼내주었다.
「네, 사람이에요. 시마코 양인데……알고 계신가요?」
매우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경우의 해답―――『귀가』였다면 정문의 방향이 될 것이다.
세이 님이 언제쯤 여기에 왔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느 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거치지 않은 한 여기로 향하는 도중에 만났을 것이다.
반대로 세이 님이 몰랐을 경우, 그것은 시마코 양이 그 후 곧바로 하교한 게 아니라는 것이 된다.
「시마코? 아, 조금 전까지 이야기했지. 하지만 도중에……아마 신입생인 것 같은데……모르는 여자애가 왔고, 그 아이와 저쪽으로 걸어갔어.」
「저쪽…….」
정문으로 향하는 길과는 반대쪽 길.
이 길을 걸어갔다고 한다면……떠오르는 것은 강당일까?
「으음……그렇겠군.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지만……찾을 생각이라면 일단 강당 뒤의 벚나무 근처도 조사해 봐. 혹시 거기일지도 모르니까.」
「그렇군요……그렇게 하겠습니다.」
강당 뒤에서 은행나무들 안에 하나만 있는 벚나무. 시마코가 마음에 들어하던 장소다.
나에게 있어서도……종종 신세를 진 적이 있었으니까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장소다.
방향으로부터 생각하면 거기로 향했다는 것은 역시 신빙성이 있다.
「응. ―――그럼……유미 짱의 얼굴도 볼 수 있었으니 나는 이만 돌아갈게.」
「네?」
「후후……급한 몸이잖니? 거기다 처음부터 오래 머무를 생각은 없었으니까. 안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해.」
그렇다고 해도 일부러 기다리고 있어줄 정도였으니 뭔가 좀 더 할 이야기가 있었을 터.
나는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올려다보자 세이 님이 떫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곧바로 사과하는 버릇은 계속해서 고쳐 가는 것이 좋겠어. 별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하면 반대로 이쪽이 미안해지니까…….」
「죄송……웃.」
「하하, 아무튼 계속해서……라고 할까. 어쨌든 흔해빠진 충고지만……이렇게 말할 때는 반대되는 말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쓴웃음을 짓고 나서 그렇게 말하고 『알겠지?』라고 표정으로 묻는다.
『미안해요.』의 반대로……그리고 흔히 있는 충고. 거기서 이끌려나오는 말은.
「『고마워요.』 세이 님.」
사죄의 반대, 즉 고마움의 표시다.
내 해답에 세이 님은 만족스럽게 수긍하고.
「음, 좋아. ……그럼 잘 다녀와.」
그리고 태도를 고쳐주었다.
「네. 다녀올게요.」
이번에야말로 그 후의를 헛되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는 인사를 하고 시마코 양이 갔다는 길로 발길을 돌린다.
「―――아.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대학으로 와. 뭘 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는 것 정도는 해줄 테니까.」
「……네!」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해준 세이 님에게 손을 흔들고.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2b)
세이 님과 헤어지고……강당을 향해 달린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아마 보통 수준의 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숨이 찰 일도 없는 것 같은 거리.
단지 그만큼을 달린 것만으로 보기 흉하게 헐떡이는 몸이 얄밉다.
과거의 세계에 오고 나서 이미 한 달이 지나려 하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 내 몸은 마치 이 기억에 끌려간 것처럼 순식간에 약체화해 갔다.
그때는 날개가 난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가벼웠던 몸도, 지금은 권태감에 구석구석까지 지배당해서 예전처럼 칼이 씌워진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둔하고, 조금도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는 몸이지만……그래도 어떻게든 휘둘러 땅을 두드린다.
「하아, 하아, 하아. ……후우우우.」
그 덕택인지 어떻게든 강당 앞에 도착한 나는 크게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흐트러져버린 호흡을 진정시키는 것으로 조용히 가다듬는다.
거친 숨결인 채이면 발견되어버린다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세이 님이 말한 시마코 양을 데리고 갔다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
만약 그 소녀가 노리코 짱이었을 경우,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나도 같은 전철을 밟을 생각은 없다.
생각나는 위험이 있다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아……하아……, 음.」
숨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가다듬어진 것을 느낀 나는 천천히 뒤쪽으로 돈다.
기대와 불안으로 빨라지는 고동을 손으로 잡고 모퉁이에서 엿본다―――.
―――거기에 사람의 그림자 두 개가 있었다.
한 사람은 나에게 있어서 매우 면식이 있는 얼굴인 노리코 짱.
그리고 또 한 사람, 노리코 짱과 마주 보는 옆얼굴에 가까운 뒷모습은……틀림없는 시마코 양.
그리고……옆얼굴에 가까운 노리코 짱의 그 표정에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노리코 짱』이 시마코에게 향하고 있던 강인하고도 상냥한 애정뿐.
―――그것은 내가 기대한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뭐, 야…….」
너무나 큰 안도감에 나는 모퉁이에서 얼굴을 물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여기까지의 거리가 피로가 되어 다리에 걸려 왔지만, 지금이라면 그것도 기분 좋은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걱정이 지나쳤을 뿐이었나……?)
문득 생각한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고, 예를 들면 시마코 양의 집안이라든가……전회의 형태가 좋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있지만.
다만 그래도 그렇게 과잉적으로 반응할 필요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일이 없어도 이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나는 이 사실을 대답으로 받아들이고.
「엇……차.」
한 번 더 다리에 박차를 가해서 일어선다.
안심할 수 있었던 이상, 이제 여기에 머물 필요는 없으니까.
빨리 돌아가서 언니에게 보고와 고마움을 전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왔던 길을 반대로 해서 발을 옮긴다.
―――만약 이때.
성당으로 가는 길은 경쾌해서,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상하게 근심을 느끼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서 유감으로 바뀌어버렸던 것은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않는 사태를 주어버리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당이 보인다……거기서 기다리는 언니가 보인다.
걱정스러운 표정에서 내 분위기로 헤아렸는지 온화한 미소로 바뀌고.
내가 뭐랬어라고 말하듯이 올바른 자세로 가슴을 편다.
나는 쓴웃음을 짓고 수긍하면서.
튀는 숨결과 마음을 안고 달려온다.
―――내가 두 사람의 대화까지 듣고 있었더라면.
향하는 앞의 구도가 그야말로 명화 같다.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의 내 상황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상징하는 것 같은 맑고 푸른 하늘.
둘러싸고 달래면서 지켜주는 동료와도 닮은 나무들.
릴리안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성당.
거기서 미소짓는 언니.
……아마 내 뒤에서 지지 않는 태양이 그 소녀.
마지막.
정말로 마지막이라고 머리와 함께 뿌리치고.
그리고 나는 나갈 곳 없이 가득 차는 힘을 마음껏 사용하면서 마지막으로 가속한다.
그림 가운데에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서로 화목하게 껴안는 자매의 모습으로 바꿔 그렸다―――.
END
―――그렇게 붓을 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실수였는지를 깨달았을 텐데…….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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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유리의 거리' 번역도 끝났습니다.
내용상으로는 토오코와의 문제라든지, 마지막 부분의 유미의 독백 등으로 뒷이야기가 나올 건수가 있지만, 아쉽게도 사실상 여기서 완결입니다.
글쓴이가 '유리의 거리' 14화를 쓴 시기가 2007년 4월인데, 그 뒤에는 '유리의 거리' 재신이 없습니다.
글쓴이가 '유리의 거리' 후기에서 이것으로 일단 완결이라는 식으로 적어 둔 것도 있고요.
글쓴이의 홈페이지도 2009년 7월 말 이후로 재신이 정지된 상태라, 후속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태그 : 마리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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