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아고라의 mill 님이 쓰신 글입니다.
다들 알고 계신 대로, 이 나라의 영어 제일주의는 여러 가지로 쌍욕 나오죠.
그런 시스템을 만든 원흉들에는 그 가증스러운 신자유주의자들이나 맹목적인 영어 추종자들이 끼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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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학 외국에서 전공한 사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어에 관한 한 큰 음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쓰기 시작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는 우리나라에서 부끄럽게도, 사람을 차별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영어는 사실상 크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영어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영어 사교육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인데요
실상은 사람들의 영어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 주지도 못하면서 다달이 여러 사람들의 의욕과 열등감을 약점으로 삼아 그들의 돈을 가져가는 형태입니다.
수요가 있어서 공급이 생긴 것이니 이들을 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영어에 대해 새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해외에 여행을 갔다가 미국에서 같은 여행사로 예약을 해서 한 명씩 개인 여행을 온 한국인들이 호텔 측이 보낸 택시에 호텔까지 함께 타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한국인들끼리 모였으니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라도 할 줄 알았는데, 고개를 꾸벅하면서 웃으면서 다가갔는데 침묵 그 자체더라구요?
당황했고 사람들이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길래 약간은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란 걸 이해하니까 대화는 기대도 안 하는데, 30분 동안 서로가 한국인들이라는 걸 피차 아는 상황에서 인사도 단 한 마디도 없이 타국의 택시 안에서 침묵만 흐르던 그 상황이 너무나 불편하고 이상했어요.
마치 벙어리 집단이 모인 것 같고 너무 너무 어색했죠.
택시는 공항에서 호텔로 출발하기 시작했는데 택시 안에는 한참 동안이나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호텔에 다 다라서 다음 스케줄을 묻자, 앞 자리에 타고 있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일부러 혀 굴리는 발음으로 나름 능통(?)하게 영어로 대화를 하더군요.
분명 외국에서 태어난 네이티브 발음이 아니란 건 몇 문장만 들어도 금새 알 수 있었죠.
그러나 자신의 영어에 무릇 자신감 있는 내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색하리만치 빠른 속도.
유창하게 마무리하려고 무리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어요.
(여행 와서 택시 기사와 다음날 행선지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할 뿐인데 왜 과시를 해야 하며 같이 탄 다른 한국 승객들을 의식하고 긴장해야 했을까요?)
또 한 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여성,
이번에도 택시 기사가 말 시킬 때까지 저와는 바로 옆 자리임에도 아무 소리도 안 내다가 내릴 때가 되어 용건을 말해야 할 때가 되자 택시 기사와는 또 나름 비록 토종 발음이시지만 술술 얘기하시더군요.
게다가 프론트에서는 재방문이시라 그런지 꽤나 활발하게 데스크 직원과 영어로 얘기를 하시더군요.
(공항부터 호텔까지 한국말이고 영어고 단 한 마디도 안 하시던 분이 돌변, 이중인격자인가?)
이 이상한 경험을 하고 나서 한국인들은 다른 한국인으로부터 자신의 영어를 평가 받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영어를 하는가를 듣기 전까지는 되도록이면 자신의 영어 실력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방어적인 태도가 있다는 것도 감지했습니다. 타인에게 자신이 영어를 하는 것을 되도록이면 평가 받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타인이 입을 열면 얼마나 잘하나 보자 ~ 하고 예민하게 관찰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요.
이 모든 태도가 건강하게 여겨지진 않았습니다. 굉장히 민감하면서도 열등감이 전제되어 있고 경쟁심이나 시기심, 부러움 같이 뭔가 들끓는 감정이 섞여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문제가 우리나라 문화에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우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요….
학창시절부터 영어라는 과목의 비중이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고요
국영수 이렇게 3분의 1을 차지하다시피 하고요
외국어를 잘 하면 수능의 여러 과목을 잘 하는 사람보다 특별 전형 등으로 입학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요.
편입 과정이나 공무원, 고시, 취업 등.
학교 다닐 때는 학업 성적에만 영향을 미치던 영어가 돈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영어를 상대적으로 못하는 사람에게는 심지어 패널티로 작용하기 시작해요.
문제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입사해서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 입사했을 때보다 영어로 수행하는 일을 많이 하고 회사에 훨씬 큰 보탬을 주면 모르겠는데요.
외국계 회사도 아니고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상대적으로 못한다는 이유로 취업을 못 하고, 취업을 한 후에도 영어 잘 하는 사람이 회사에 더 큰 기여를 하는 것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을 잘하더라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많은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거예요.
학창 시절에는 그냥 성적 좀 낮게 나오면 그냥 성적 문제로 끝나는데, 이게 영어 때문에 취업에 진입을 못하고 몇 단계씩 사회적 레벨이 낮아지고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기회를 독식하면서 사람들이 영어에 한이 맺히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영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설레임이나 이국적인 느낌 이런 걸 느끼는 게 아니라 꽈악 긴장하고 이미 한국인들끼리는 서로가 서로를 의식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입도 못 뗍니다.
왜냐면 영어를 말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 아 저 사람은 이 정도 저 정도 영어를 하는구나, 뭐 나보다는 못하는군, 나보다 좀 잘 하는 것 같아.
이런 상대 평가가 들어간다는 거예요.
항상 영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평가’ 상태에 돌입해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고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제가 봤을 때 영어를 잘하는 건 사실 조기 환경이 후기 노력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영어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불공평한 평가예요.
노골적으로 말해서 돈이 많은 사람의 자식들만이 영어를 상당히 잘하는 레벨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반기문 씨만 해도 영어를 잘 하시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희망하는 영어 수준은 반기문 씨를 뛰어 넘어요.
반기문 씨의 영어는 우리나라 사투리 발음이지만 그 분의 지성이 그것을 보완하시거든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 수준은 아주 유창한 미국 네이티브 스피커이죠.
그 정도로 완벽하게 영어를 잘 할 수 있고 발음이 현지인 같으려면 현지에 몇 년 사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학교 시스템과 취업 과정에 있어서 그렇게 해외에서 몇 년 산 사람들이 훨씬 유리한 영어 평가 비중을 높여 놓으니 돈 없는 집 자식들은 일단 상당한 기회를 박탈당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영어가 필수적인 업무가 아닐 때는 오히려 영어 평가 비중을 축소해야 사람들의 노력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죠.
게다가 기업에 공헌하는 정도는 대부분 영어와 별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영어로 쉽게 기회를 얻은 사람에 대해 더욱 불공정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실상이 불공정한 게임이고요.
저는 이것이 왜 계속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그 과정에서 일반 가정의 수입의 상당 부분이 영어 사교육으로 들어가고
(그렇다고 별로 향상되지도 않는다고 말씀드렸죠. 어릴 때 몇 년 외국서 살다 온 애들에 비해 한 달에 아무리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들여 봐야 걔네만큼 유창해질 수 없어요. 사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실인데 부모의 불안감, 공포, 욕심 이것이 약점이고, 또한 사교육은 그 심리적 지점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부모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어요. 남들 다 하는데 우리 애만 안 시키면 큰일난다 는 공포마케팅, 거기에 굴복하는 모성과 부성의 비극.)
서민과 중산층을 더 취약하게만 만드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영어 평가 비중을 기업이나 학교에서 모두 줄였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의 영어 실력이 그 사람의 능력을 얼마나 반영하느냐를 솔직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의 영어 실력은 그 사람의 노력이나 능력보다는 그 사람의 부모의 경제력을 더 반영한다는 것, 이제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어에 따른 차별, 이것은 장애인 차별, 인종 차별에 버금가는 심각한 차별이예요. 이 차별에 관해서만은 사람들이 오히려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체념해서 그렇지 사회적으로 수정이 필요한 차별이예요.
궁극적으로 그렇게 됨으로써 한국인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그 열등감을 극복하고 모두가 영어에 대해 자신 있는 태도, 떳떳한 태도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보이는 건 아니지만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영어에 대해 여러 가지 악감정을 지니고 있거든요.
열등감, 죄책감, 질투심, 시기심, 한, 억울함 등등…
사회적으로 굉장히 마이너스 에너지라고 생각이 들고 인격에 해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그나마 영어교육학을 외국서 전공한 사람으로서 저 나름의 영어 조언을 하자면, 미드 같은 걸 한글 자막 없이 보거나 좋아하는 분야의 영어 라디오를 듣거나(요새 팟캐스트 종류 많잖아요) 하는 것이 유학 가는 것 못지 않게 도움 되는 영어 공부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원에 간다거나 영어책을 사서 자투리 문장을 외우는 것보다 AUTHENTIC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영어 콘텐츠 그대로) 자료를 자주 접하는 방식, 그렇게 하면 돈도 별로 안 들어요.
여러분, 님들의 부모님이 돈이 좀 부족해서 님들을 해외 유학 못 보내고 조기 유학 못 시켜서 님들이 상위 1%만큼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 그건 님들 탓이 아니예요.
그것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는 사회와 기업, 학교 탓이죠.
누구나 지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평소에 잊어버리는 사실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라도 노력을 하면 미국 네이티브 스피커와 똑같이 영어를 잘할 수 있다.
이런 기대는 환상이예요. 공부 목표로서도 비현실적이고 스스로에게 좌절감만 안기는 목표예요.
말할 때마다 조금씩 끊어지고 단어를 상기하기 위해 잠시 뜸을 들여야 할 때가 여전히 있겠지만, 독해를 잘 하고 관사나 전치사를 가끔 틀리더라도 한 두 문단 정도 쓸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도의 상태에 도달하면 좀 틀리더라도 스스로를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기 자신에게 관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지조 있게 돈 안 들이고 영어 공부하시길 바라고 늘 자신 있게 영어를 대해주세요.
다들 알고 계신 대로, 이 나라의 영어 제일주의는 여러 가지로 쌍욕 나오죠.
그런 시스템을 만든 원흉들에는 그 가증스러운 신자유주의자들이나 맹목적인 영어 추종자들이 끼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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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학 외국에서 전공한 사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어에 관한 한 큰 음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쓰기 시작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는 우리나라에서 부끄럽게도, 사람을 차별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영어는 사실상 크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영어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영어 사교육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인데요
실상은 사람들의 영어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 주지도 못하면서 다달이 여러 사람들의 의욕과 열등감을 약점으로 삼아 그들의 돈을 가져가는 형태입니다.
수요가 있어서 공급이 생긴 것이니 이들을 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영어에 대해 새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해외에 여행을 갔다가 미국에서 같은 여행사로 예약을 해서 한 명씩 개인 여행을 온 한국인들이 호텔 측이 보낸 택시에 호텔까지 함께 타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한국인들끼리 모였으니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라도 할 줄 알았는데, 고개를 꾸벅하면서 웃으면서 다가갔는데 침묵 그 자체더라구요?
당황했고 사람들이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길래 약간은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란 걸 이해하니까 대화는 기대도 안 하는데, 30분 동안 서로가 한국인들이라는 걸 피차 아는 상황에서 인사도 단 한 마디도 없이 타국의 택시 안에서 침묵만 흐르던 그 상황이 너무나 불편하고 이상했어요.
마치 벙어리 집단이 모인 것 같고 너무 너무 어색했죠.
택시는 공항에서 호텔로 출발하기 시작했는데 택시 안에는 한참 동안이나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호텔에 다 다라서 다음 스케줄을 묻자, 앞 자리에 타고 있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일부러 혀 굴리는 발음으로 나름 능통(?)하게 영어로 대화를 하더군요.
분명 외국에서 태어난 네이티브 발음이 아니란 건 몇 문장만 들어도 금새 알 수 있었죠.
그러나 자신의 영어에 무릇 자신감 있는 내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색하리만치 빠른 속도.
유창하게 마무리하려고 무리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어요.
(여행 와서 택시 기사와 다음날 행선지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할 뿐인데 왜 과시를 해야 하며 같이 탄 다른 한국 승객들을 의식하고 긴장해야 했을까요?)
또 한 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여성,
이번에도 택시 기사가 말 시킬 때까지 저와는 바로 옆 자리임에도 아무 소리도 안 내다가 내릴 때가 되어 용건을 말해야 할 때가 되자 택시 기사와는 또 나름 비록 토종 발음이시지만 술술 얘기하시더군요.
게다가 프론트에서는 재방문이시라 그런지 꽤나 활발하게 데스크 직원과 영어로 얘기를 하시더군요.
(공항부터 호텔까지 한국말이고 영어고 단 한 마디도 안 하시던 분이 돌변, 이중인격자인가?)
이 이상한 경험을 하고 나서 한국인들은 다른 한국인으로부터 자신의 영어를 평가 받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영어를 하는가를 듣기 전까지는 되도록이면 자신의 영어 실력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방어적인 태도가 있다는 것도 감지했습니다. 타인에게 자신이 영어를 하는 것을 되도록이면 평가 받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타인이 입을 열면 얼마나 잘하나 보자 ~ 하고 예민하게 관찰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요.
이 모든 태도가 건강하게 여겨지진 않았습니다. 굉장히 민감하면서도 열등감이 전제되어 있고 경쟁심이나 시기심, 부러움 같이 뭔가 들끓는 감정이 섞여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문제가 우리나라 문화에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우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요….
학창시절부터 영어라는 과목의 비중이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고요
국영수 이렇게 3분의 1을 차지하다시피 하고요
외국어를 잘 하면 수능의 여러 과목을 잘 하는 사람보다 특별 전형 등으로 입학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요.
편입 과정이나 공무원, 고시, 취업 등.
학교 다닐 때는 학업 성적에만 영향을 미치던 영어가 돈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영어를 상대적으로 못하는 사람에게는 심지어 패널티로 작용하기 시작해요.
문제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입사해서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 입사했을 때보다 영어로 수행하는 일을 많이 하고 회사에 훨씬 큰 보탬을 주면 모르겠는데요.
외국계 회사도 아니고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상대적으로 못한다는 이유로 취업을 못 하고, 취업을 한 후에도 영어 잘 하는 사람이 회사에 더 큰 기여를 하는 것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을 잘하더라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많은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거예요.
학창 시절에는 그냥 성적 좀 낮게 나오면 그냥 성적 문제로 끝나는데, 이게 영어 때문에 취업에 진입을 못하고 몇 단계씩 사회적 레벨이 낮아지고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기회를 독식하면서 사람들이 영어에 한이 맺히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영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설레임이나 이국적인 느낌 이런 걸 느끼는 게 아니라 꽈악 긴장하고 이미 한국인들끼리는 서로가 서로를 의식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입도 못 뗍니다.
왜냐면 영어를 말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 아 저 사람은 이 정도 저 정도 영어를 하는구나, 뭐 나보다는 못하는군, 나보다 좀 잘 하는 것 같아.
이런 상대 평가가 들어간다는 거예요.
항상 영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평가’ 상태에 돌입해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고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제가 봤을 때 영어를 잘하는 건 사실 조기 환경이 후기 노력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영어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불공평한 평가예요.
노골적으로 말해서 돈이 많은 사람의 자식들만이 영어를 상당히 잘하는 레벨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반기문 씨만 해도 영어를 잘 하시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희망하는 영어 수준은 반기문 씨를 뛰어 넘어요.
반기문 씨의 영어는 우리나라 사투리 발음이지만 그 분의 지성이 그것을 보완하시거든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 수준은 아주 유창한 미국 네이티브 스피커이죠.
그 정도로 완벽하게 영어를 잘 할 수 있고 발음이 현지인 같으려면 현지에 몇 년 사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학교 시스템과 취업 과정에 있어서 그렇게 해외에서 몇 년 산 사람들이 훨씬 유리한 영어 평가 비중을 높여 놓으니 돈 없는 집 자식들은 일단 상당한 기회를 박탈당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영어가 필수적인 업무가 아닐 때는 오히려 영어 평가 비중을 축소해야 사람들의 노력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죠.
게다가 기업에 공헌하는 정도는 대부분 영어와 별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영어로 쉽게 기회를 얻은 사람에 대해 더욱 불공정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실상이 불공정한 게임이고요.
저는 이것이 왜 계속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그 과정에서 일반 가정의 수입의 상당 부분이 영어 사교육으로 들어가고
(그렇다고 별로 향상되지도 않는다고 말씀드렸죠. 어릴 때 몇 년 외국서 살다 온 애들에 비해 한 달에 아무리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들여 봐야 걔네만큼 유창해질 수 없어요. 사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실인데 부모의 불안감, 공포, 욕심 이것이 약점이고, 또한 사교육은 그 심리적 지점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부모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어요. 남들 다 하는데 우리 애만 안 시키면 큰일난다 는 공포마케팅, 거기에 굴복하는 모성과 부성의 비극.)
서민과 중산층을 더 취약하게만 만드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영어 평가 비중을 기업이나 학교에서 모두 줄였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의 영어 실력이 그 사람의 능력을 얼마나 반영하느냐를 솔직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의 영어 실력은 그 사람의 노력이나 능력보다는 그 사람의 부모의 경제력을 더 반영한다는 것, 이제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어에 따른 차별, 이것은 장애인 차별, 인종 차별에 버금가는 심각한 차별이예요. 이 차별에 관해서만은 사람들이 오히려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체념해서 그렇지 사회적으로 수정이 필요한 차별이예요.
궁극적으로 그렇게 됨으로써 한국인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그 열등감을 극복하고 모두가 영어에 대해 자신 있는 태도, 떳떳한 태도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보이는 건 아니지만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영어에 대해 여러 가지 악감정을 지니고 있거든요.
열등감, 죄책감, 질투심, 시기심, 한, 억울함 등등…
사회적으로 굉장히 마이너스 에너지라고 생각이 들고 인격에 해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그나마 영어교육학을 외국서 전공한 사람으로서 저 나름의 영어 조언을 하자면, 미드 같은 걸 한글 자막 없이 보거나 좋아하는 분야의 영어 라디오를 듣거나(요새 팟캐스트 종류 많잖아요) 하는 것이 유학 가는 것 못지 않게 도움 되는 영어 공부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원에 간다거나 영어책을 사서 자투리 문장을 외우는 것보다 AUTHENTIC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영어 콘텐츠 그대로) 자료를 자주 접하는 방식, 그렇게 하면 돈도 별로 안 들어요.
여러분, 님들의 부모님이 돈이 좀 부족해서 님들을 해외 유학 못 보내고 조기 유학 못 시켜서 님들이 상위 1%만큼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 그건 님들 탓이 아니예요.
그것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는 사회와 기업, 학교 탓이죠.
누구나 지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평소에 잊어버리는 사실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라도 노력을 하면 미국 네이티브 스피커와 똑같이 영어를 잘할 수 있다.
이런 기대는 환상이예요. 공부 목표로서도 비현실적이고 스스로에게 좌절감만 안기는 목표예요.
말할 때마다 조금씩 끊어지고 단어를 상기하기 위해 잠시 뜸을 들여야 할 때가 여전히 있겠지만, 독해를 잘 하고 관사나 전치사를 가끔 틀리더라도 한 두 문단 정도 쓸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도의 상태에 도달하면 좀 틀리더라도 스스로를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기 자신에게 관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지조 있게 돈 안 들이고 영어 공부하시길 바라고 늘 자신 있게 영어를 대해주세요.
덧글
거진 이십년이 다되어 가지만 처음 비행기를 타고 홀로 오면서 내가 하는 영어를 못알아 들으면 어쩌나? 등등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 지금도 자신있다고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남들 하는 말 알아듣고 남들도 내말 알아듣고 방송 라디오 알아듣고 신문 등등 읽을수 있을 정도입니다.
결국 어찌보면 공부이냐 아님 살아가는 현실이냐에 따라 늘어나는 시간, 정도 등이 달라진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