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이 하는 일] 야이치와 긴코가 최속최단으로 골인한 뒤의 이야기 팬픽 번역

타이틀을 획득한 뒤에 처음으로 치룬 공식전. 
나타기리 씨와의 대국에서 참담하게 져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던 참에 사저가 내 집에 굴러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사저의 방문에 동요해 용건을 물어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사저는 그대로 장기판 앞에 앉아 나한테 장기를 두라고 재촉했다.

나는 당황하면서도 그저 사저 말에 따라 그대로 장기말을 잡았다.
그리고 나서 몇 번을 뒀을까.
사저는 몇 번 져도 곧바로 또 두라고 재촉해 온다.
그런 사저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나도 계속 장기를 두었다.

서로 말은 없고, 방에 울리는 것은 장기말이 장기판을 울리는 기분 좋은 소리뿐.
연구고 뭐고 없이 그저 장기를 둘 뿐인 시간은 마치 옛날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직속 제자 시절인 둘이서 어디까지나 강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던 그 무렵으로.

즐거웠다. 그저 사저와 장기를 둘 수 있는 시간이.
기뻤다. 그저 사저와 보내는 시간이.

결국 사저의 체력이 다해 잠들 때까지 그 시간은 계속되었다.

장기를 끝낸 나는 거기서 잃고 있었던 내 장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사저에 대한 내 진정한 마음도.

그러나 나는 약속이라는 편의주의적인 호의를 받아들여버리고 있었다.

타이틀을 획득한 그 크리스마스의 밤으로부터 시일이 많이 지났다.
사저가 내 방에 살게 되고 나서 수 개월. 
고마움과 사모를 뒤섞인 감정을 가슴에 품은 채로 이제 곧 봄이 되려 하고 있었다.

「사저, 점심은 어떻게 할래요?」

어느 날 오후. 시계를 보고 슬슬 점심 식사를 해야겠다며 침대에서 뒹굴면서 기서를 펄럭펄럭 넘기는 사저에게 말을 걸었다.
뒹굴면서 책을 읽는 건 조금 예의범절이 나쁘지만, 사저는 몇 번을 말해도 듣지 않기 때문에 지적하는 걸 그만뒀다.
거기다 이렇게 야무지지 못한 모습은 결코 밖에서 보이지는 않을 테고.
세상에서는 나니와의 백설공주라 불리는 사저도 집에서는 이렇기 때문에,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실감한다.

「……」

「사저?」

이상하군. 대답이 없잖아.
듣지 못할 리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 나와 사저의 거리는 엎드리면 코 닿을 정도다. 
정확히는 침대에 앉아 있는 내 무릎을 베개로 삼고 있으니까.

은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한 번 더 물어본다.
보슬보슬한 감촉이 손가락을 어루만지고 어딘가 달콤한 향기가 콧구멍을 간지럽힌다.

「듣고 있어요? 사저.」

「……」

말 없이 기서의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추지 않는 사저. 역시 듣지 못한 게 아니다.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또 뭔가 사저의 기분을 상하게 해버린 것 같지만……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뭐가 원인일까.
오랫동안 함께 지냈기 때문에 사저의 지뢰밭을 피할 자신은 그 나름대로 있지만 또 밟아버리고 만 것 같다.

기분이 상한 요정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되돌아 보았다.

아침. 여느 때처럼 내가 먼저 일어나고 같은 침대에서 자는 사저를 조심스럽게 깨운다. 
이때 잘못 깨우기라도 하면 그날 오전중에는 계속 기분이 안 좋게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딱히 내가 일찍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만, 사저는 아침에 약해서인지 좀처럼 일어나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깨우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요정의 잠자는 얼굴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사저는 언제나 나를 안는 베개 취급하면서 자고 있으므로 일어나주지 않으면 나도 침대에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곤란하다.

어떻게든 잠든 공주를 깨우고 어쩐지 나른한 것 같은 사저에게 세수하고 오라고 말한 뒤, 나는 그대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일단은 독신 생활을 하고 있었으므로 최소한의 가사는 할 수 있지만, 솔직히 남에게 요리를 먹일 자신은 전혀 없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사온 소자이나 빵으로 적당히 아침 식사를 할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사저가 기각했다. 
결코 외식만은 안 된다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말로.

확실히 우리 기사들은 대국하는 도중에 식사하는 경우가 많고, 대국하는 도중이 아니라도 대국하는 곳으로 이동할 때 사온 것을 먹는 등 외식하는 빈도가 높다. 
아침 식사까지 외식이 되면 역시 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겠지.
……말하는 내용은 확실히 정론이지만, 평상시에 고기와 디저트를 좋아하는 편식 기색인 사저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어떨까 생각했지만 신경 쓰면 지는 거다.

그래서 아침 식사는 교대로 만들게 되었다. 
그렇긴 해도 나는 기껏해야 달걀 프라이를 구우면서 채소 영양분이 부족한 사저를 위해 샐러드를 준비할 정도다.
사저는 맛에 관해서는 대부분 소스를 뿌려서 먹기 때문에 다소 잘 만들지 못해도 문제는 없다. 
다만 태워버리거나 하면 조금 기분이 상한다. 그래서 그런 때는 내가 밥을 먹여서 기분을 풀어준다.
덧붙이자면 사저가 아침 식사를 만들면 반드시 달걀밥이 나온다. 
그것도 매번 뽐내는 표정으로 내오기 때문에 분명 사저로서는 혼신을 담아 만든 일품이겠지.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달걀부침이라고 칭하는 까맣게 탄 물체가 나올 바에는 달걀밥을 먹는 게 훨씬 낫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식기를 정리한 다음은 바로 연구회다.
내용은 날에 따라 가지각색이지만, 오늘은 태블릿을 사용해 유행의 전형 연구를 행한다.
보통은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연구를 하지만, 요즘은 사저가 발안한 연구 방법으로 바뀌게 되었다.
내가 다리를 꼬면서 앉고, 사저가 그 위에 앉아 둘이서 태블릿 하나를 사용해 연구한다는 획기적인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거북해 보이는 연구 방식이지만 장점은 확실하게 있다. 
장기판을 같은 방향에서 보는 것으로 의식을 공유하는 것을 더욱 높일 수 있고, 거기다 서로의 몸이 보다 가깝기 때문에 둘이서 몸으로 느끼는 장기판의 감각도 보다 비슷한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일심동체로 연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오늘도 이 획기적인 연구 방법을 이용해 오전에는 거의 둘이 달라붙으면서 연구한 끝에 일단락되고 나서 휴식을 취하고 지금에 도달한다.

어라……이상하군. 실수한 건 없을 텐데.
아침 식사는 실패하지 않았고, 연구도 평상시대로다.
거기다 이렇게 휴식 시간에 느긋하게 쉬고 있으니 문제될 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왜 불러도 대답을……? 불러?

──과연. 그런가. 그런 거였나.

큰일났군. 이건 악수다. 무시당하는 게 당연하다. 사저는 이거에 가장 기분이 상하는데.
원인이 판명되었으므로 다시 부른다.

「긴코, 점심은 어떻게 할래?」

그렇게 말하자 긴코는 마침내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추고 책을 탁 덮은 뒤 나와 얼굴을 마주해주었다.
언제부턴가 정해진 우리 둘이서 있을 때 하는 일.

『단둘일 때는 옛날처럼 이름으로 불러.』

긴코가 그렇게 말한 것은 함께 살고 나서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였다.

「……야이치는 뭘 먹고 싶어?」

매우 드문 대답이다. 평상시라면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바로 언급하는데.
이름으로 부른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걸까. 참 쉽군.

「나는 딱히 없어. 긴코가 좋다면 가끔은 둘이 나가서 뭔가 적당히 먹으러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외출하는 게 싫으면 배달이라도.」

「……그럼 밖에서 먹을래.」

잠시 사이를 두고 긴코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나가고 싶은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피부가 약해서 양산이 필수품인 긴코가 일부러 외출하고 싶어하다니 신기하군. 
유명인이니까 사람이 많은 곳은 번거로울 테고.
……그렇다고 해도 나도 남 말 할 입장이 아니지. 그날 이후로 확실히 지명도가 올랐으니.
거리에서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는 횟수가 이전보다 늘어났다. 
사상 최연소 용왕……과 함께 뒤따른 다른 직함 덕분에.

「그래. 그럼 준비해야지. 우린 아직 실내복 차림이니.」

야무지지 못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우리 둘 다 오프인 날은 밖에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장기를 두며 보내는 날도 있다.
잠옷에서 대충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오로지 장기를 둔다. 
피곤해지면 침대에서 쉬고, 조금 지나면 또 재개. 그것을 잠들 때까지 반복한다.
아무리 장기를 생업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조금 건강하지 못한 생활인지도 모른다.

「저기, 긴코? 머리 비켜주지 않을래? 이대로는 일어설 수 없거든.」

아무래도 같이 갈아입을 수는 없기 때문에 갈아입을 옷이 있는 다다미방으로 가려고 하지만, 긴코가 내 무릎을 베개로 한 상태이므로 일어설 수 없다.
아……이거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아까부터 긴코는 매우 졸고 있고. 눈시울이 무거운 것 같다.

「야이치.」

「왜?」

「……조금만 더, 이대로」

역시냐. 오늘은 봄처럼 기온이 좋으니 침대에서 뒹굴고 있으면 졸리는 것도 당연하겠지.
하지만 내 무릎을 베개로 한 채로 자지 말았으면 한다. 움직일 수 없으니까.

「이대로 잠들어버리면 점심 먹을 수 없게 되는데?」

「……」

글렀다. 대답이 없다. 새근새근하고 귀여운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버렸다. 그야말로 잠자는 공주다.
아무래도 오늘은 늦은 점심식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하지. 이 상태로는 일어설 수도 없고.

「긴코는 여전하구나.」

무료하게 자는 긴코의 하얀 뺨을 쿡쿡 찌르거나 어루만지거나 해본다. 부드럽구나.
일어나 있을 때 이런 짓을 하면 틀림없이 때리……아니, 최근의 긴코라면 일어나 있어도 이 정도라면 허락해주려나.

그렇다 쳐도 여전히 내 앞에서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몸은 이렇게 크고 아름다워졌는데, 내면은 만났을 때의 4살인 아이인 상태다.
정말로 어린애 같고, 그런 점은 옛날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 아닌가.」

변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때처럼 옛날로 돌아온 것이다.
잠자는 공주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크게 탄식했다.

「이대로는 안 돼.」

무릎에서 자는 긴코를 깨우지 않도록 작게 말을 흘렸다.
그렇다. 옛날로 돌아왔을 뿐인 건 진보가 아니다.
이 미온수 같은 환경에 언제까지나 잠겨 있고 싶은 것은 확실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츠키미츠 회장님이 예상하신 대로 그날 일어난 일은 세상을 들끓게 했다.
최연소 용왕의 탄생, 그리고 그 용왕과 나니와의 백설공주의 열애 보도.
세상 일반의 감각과 약간 어긋나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다지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아무래도 남의 연애 이야기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요정 같은 용모 때문에 장기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명도가 있는 사저가 그 동문 제자와 혼약한다. 
게다가 그 동문 제자는 최연소 용왕이라고 한다.
그것은 연일에 걸쳐 보도되었다. 그날 나와 사저가 서로 손을 잡았을 때를 찍은 사진을 모든 미디어로 볼 수 있었다.
내 스레드는 지금도 기세가 쇠약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할 뿐이고, 사저의 파트 스레드는 누군가가 스레드 타이틀을 장난 삼아 『쿠즈류 긴코』로 정하고 다음 스레드를 세운 것으로 기세가 더해졌다. 
보기가 무서워서 더 이상 게시판을 보지 않게 되었다.

거리를 걷고 있자 사람들이 놀리거나 리얼충 급사하라고 매도한다.
나는 사저와 세트로 어떤 의미에서 유명인이 되었다.

이미 우리는 세상이 인정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실제로는 아직 제대로 고백하지 않고 있는데.

지금은 내 마음을 깨닫고 있고, 사저의 마음도 느끼고 있는데.
약속을 지키겠다고 그날 맹세했는데.
그런데도 어딘가 마음 속에서 망설임이 생기고 있었다.

함께 잘 때도, 피부를 맞대며 연구회를 할 때도, 밥을 먹여줄 때도 이성에 대한 고양감이나 긴장감, 흥분보다 가족으로서의 안도감이 지금은 앞서고 있다.
그러나 속마음에 남아 있는 열기를 말로 해버리면, 전해버리면, 더 이상 여동생 같으면서도 누나 같은 지금까지의 가족으로서 사저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것이 두려웠다. 이전의 관계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버리는 것이.
너무 길었다. 가족으로서 보낸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다.
──그래서 그것을 잃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더 이상 그렇게 있을 수는 없다.
그런 어렸을 때의 약속을 쭉 소중히 기억하고 있어준 사저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긴코.」

자는 사저에게 얼굴을 가까이 한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어린애 같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저가 지금 이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여하튼 이성으로서 의식하게 된다.
달콤한 향기도, 피부에 닿는 숨결도, 아름다운 그 머리카락도. 모두가 나를 이상하게 만들어버린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 만났던 그날. 스승님의 장기 도장에서 만난 그때부터 나는 이 요정에게 매료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마 잠들어 있겠지.」

「……」

그래, 그렇다. 지금 전해도 의미는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연습이다. 가까운 시기에 맞이할 실전을 향한 전형을 확인하는 것.

「그런 약속을 해놓고 이제 와서 말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전할게.」

무엇이 최선의 수이고 무엇이 악수인지는 나는 모른다.
아니꼬운 말도, 폼나는 말도 떠올리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저 솔직하게 가슴에 담은 마음을 말에 실어서 전하자.

「당신을 좋아합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쭉」

지금까지는 가족으로서, 그리고 앞으로는 소중한 이성으로서.
나는 언제나 네 옆에 있고 싶다.
자는 사저의 뺨에 손을 얹고 간신히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이 말을 제대로 전하자.
그때 잠자는 공주의 뺨에 붉은 빛이 생긴 것은 분명 기분 탓이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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